CHAPTER 3. 운동 – 기획 인터뷰 : ‘727NOW!’

Chapter 3. 운동 기획 인터뷰

일시    2015년 4월  |  서면을 통해 진행
인터뷰이    김은희, 윤지수, 이유진, 최보련, 홍석주  |  727NOW! (2015.1.1 ~ 2.28)
인터뷰어    스밀라  |  00 그라운드

 

‘727NOW!’를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참여하신 분들에 대한 소개도 간단히 듣고 싶습니다.

윤지수  727NOW!는 2015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홍익대학교 홍문관 R727호에서 운영되었던 한시적 작업실입니다. 현대미술/디자인을 비롯한 시각예술 분야에 관심있는 창작자들이 모여 해당 분야와 관련된, 일련의 교육적 활동을 목적으로 두었습니다. 727NOW!는 홍익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은희와 윤지수가 기획하고 열었습니다. 그 후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로 시작해 문제의식이나 필요에 의한 목적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727NOW!는 회원제로 운영된 공간이 아니었고, 굳이 따지자면 프로젝트별로 자유롭게 참여하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웹 개발을 주로 하는 디자이너 하헌준,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이유진, 회화를 전공하고 있는 최보련, 판화를 전공하고 있는 홍석주가 727NOW!에 상시 참여했습니다.

김은희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

홍석주  홍익대학교 판화과에 재학중인 홍석주입니다.

최보련  최보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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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멤버가 함께 727NOW!를 운영하게 됐나요? 멤버들 서로 평소에 공유하고 있던 지점들이 있었는지요?

윤지수  물론 학교를 다니며 ‘동선이 겹치던’ 사람들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항상 동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좇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을 공유할 동료, 그러니까 비평 동무를 찾게 되니까요. 공간을 열자마자 가까운 동기들에게 바로 연락했고, 그 친구들이 또 다른 분들을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부터 함께하고 싶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했고요. 물론 공간의 주요한 목적은 디자인, 미술에 관련된 공부를 하며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관련한 사람들에게 연락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공간의 부재, 학과에서 학구적인 분위기의 결핍 등 각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은희  윤지수와는 공동 작업을 한 경험이 있고, 작업에 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온 동료입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의 부재를 항상 느껴왔기 때문에 공간을 열게 됐습니다. 주요한 목적은 디자인과 미술에 관련된 공부를 하며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학내에서 궁금했던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해, 위와 같은 고민을 하던 분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홍석주  727NOW! 멤버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진  그 전부터 멤버들과 얘기하면서 학교 안팎의 암울한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 여러 번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김은희, 윤지수 씨가 727NOW!를 만들어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최보련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작업 공간으로 727NOW!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정으로 실제로 작업을 하기는 어려웠지만요. 일단은 겨울인데 학교 전체 건물 중 난방이 가장 잘 되고 관리가 가장 잘 되는 곳이 홍문관이었어요.

 

시간적/공간적으로도 제약이 많은 학교에서 공간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왜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공간을 열 때 목표가 있었다면?

윤지수  학교 밖, 그러니까 홍대 앞은 머무를 공간이 가장 제한적인 곳이어서 공간을 구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고, 저희는 그 부담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방학 중이라면 학교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행정 절차만 이행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제약은 별로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학교 시스템의 빈 부분이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항상 상설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카페를 비롯한 몇 시간 단위의 일시적 공간에서는 무언가 지속하는 것이 몹시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유할 책이나 자료들로 가방은 항상 무거웠고, 홍대 앞 카페에는 항상 자리가 없었으며, 음악도 듣기 괴로웠던 데다가 가격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항상 새로운 약속을 잡아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고요. 저희는 이런 것들에 지쳐있었습니다.

김은희  학교를 다니며 재미있는 것, 유의미한 것을 만들어 낼 만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졸업 전에 각자에게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정도였습니다.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작업도 하고 또 이야기도 나누고요. 공간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넓고 난방도 잘 되고 여러가지 물품을 사용할 수 있어서 최대한 이용해보자 생각했습니다.

홍석주  학교라는 특성 때문에 있었던 제약보다는 장점에 매력을 느껴 727NOW!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기 중에 계속 다니던 학교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와 익숙한 곳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자주 가야 한다면 이런 점은 큰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방학은 나태해지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기 쉽기 때문에 학기 중의 흐름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이런 시간을 예술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자주 오지 않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간, 시간, 사람이라는 세 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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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하루 일과는 어떤 식으로 돌아갔나요?  그리고 운영에 대한 룰이 있어 보였는데 (예를 들어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아카이빙을 한다든지), 공간 운영에 대해 합의된 룰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윤지수  운영자인 윤지수, 김은희는 대부분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727NOW!에 있었습니다. 그 외 구성원들은 개인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일정에 참여했습니다. 평소의 일상이라면 각자 작업을 하거나 아카이빙된 자료를 보거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습니다.

운영에 대해 정했던 것은 처음엔 공간과 관련된 행정적인 부분을 제가 담당하고, 김은희가 공간 운영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일들을 담당하기로 했던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정해갔는데, 기준은 항상 ‘교육적인 작업실인가?’ 였습니다. 사실 기본적인 상식대로 행동한다면 별로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학연이나 지연에 연연하지 않는다’ 같은 것이죠. 그 밖에는 SNS를 보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개인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방문 시간과 방법을 정해 놓는 것 정도였습니다.

김은희  아카이빙에 대해서는 공부하고 작업하는 일상, 사건이나 인물들을 기록해 나가면 두 달 후에 그 점들이 이어지고, 그것들이 쌓였을 때 무언가 그려지는 것이 있을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카이빙을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구성원들도 사진, 방명록, 스티커 기록 등 역할을 나누어 이에 동참했습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고요. 이런 점에서 ‘아카이빙’은 그 자체로 작업의 재료이자 727NOW!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게스트 초대, SNS, 일정 관리는 제가 담당하며 공지하였고, 사소한 룰이나 방향은 필요에 따라 회의를 통해 정했는데 구성원들이 충실히 임해 주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홍석주  주 단위의 빡빡한 일과와 하루 단위의 느슨한 일과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일과들은 대부분 회의를 통해 정했고 소소한 일과들은 공간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었기 때문에 제약이라기보다는 잠시 동안 놓았던 정신줄을 잡는 알람이었습니다.

이유진  낮 12-1시 사이에 열고 밤 10시-12시 사이에 닫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일주일별로 회의를 통해 계획을 짜서 워크샵과 게스트 초대, 기타 다른 분들의 방문 시간을 배분했고 주로 김은희 씨가 일정을 잡고 조정했습니다. 초반에는 틀이 안 잡혔을 때라 개인 작업하는 작업실에 가까웠는데, 나중에는 여러 스케줄로 빡빡해 일주일이 모자랄 정도였어요.

최보련  아카이빙이라든가 공간 운영의 룰 자체는 간단한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커피를 마신 횟수, 방문한 분들의 수, 작업 여부 같은 것을 스티커로 기록하기도 했었네요. 또 모든 게스트와의 대화를 녹취한 후 속기록을 작성하는 것, 일주일에 한 번씩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 적어도 정오부터 오후 열시까지는 상주 인원이 공간을 열어 놓는 것 등등.


727NOW!에서 어떤 것들이 열리길 기대했고 어떤 분들이 오시기를 기대했나요? / 실제로 어떤 행사들이 열렸고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갔나요?

윤지수  기대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공간을 열게 된 계기, 혹은 목표와 같습니다. 미술/디자인이 처한 당대의 상황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들러주시기를 기대했습니다. 다만 727NOW!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하는 분들은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기를 바랐습니다. 굳이 디자인하는 사람들만으로 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다른 매체를 다루는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727NOW!에 상시 참여한 구성원들은 시각디자인을 비롯해 회화, 판화 전공자가 있었습니다. 그 밖에 산업디자인, 목조, 언론, 조소, 인문, 문예 분야의 분들이 종종 들러 공간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트위터에 활동을 알린 것도 학내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밖에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강연과 라운드테이블이 두 차례 있었고, 그 회의를 727NOW!에서 했습니다. 또 곧은뼈 프로덕션의 상영회, 밈미우·강재원 작가의 도미 퍼포먼스, 포트럭 파티 등을 했고 그에 따른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당대의 상황에 조응하는 것으로 판단한 영화를 골라 상영회를 세 차례 했습니다.

김은희  게스트의 경우 작업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작가들을 직접 모시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하는 것들, 혹은 그것들이 지시하는 바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이를 통해 김영나 디자이너와 신동혁·신해옥 디자이너가 방문했고요.

교육적인 목적이 강한 공간이었지만 2월에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이 공간에서 최대한 실험해보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게스트로 오셨던 section-3 강재원 씨와 종종 727NOW!에 와서 작업을 하고 이야기를 했던 밈미우 씨로부터 공간을 퍼포먼스 전시 용도로 활용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고, 몇 차례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협업을 하기로 결정해 <#1-7>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홍석주  어떤 특별한 것이 열리길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 작업할 수 있는 가볍기도 무겁기도 한 카페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고 참여했습니다. 다양한 이벤트나 게스트 초대, 워크샵 등이 있었을 때는 정신을 환기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이유진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업도 하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던 디자이너나 비슷한 또래의 디자이너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워크샵도 하는 교육적인 목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여러(특히 청년관 강연) 계기로 원래 생각했던 범위의 사람들은 물론,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더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찐사마의 ‘대신 잘라드립니다’나 ‘도미 퍼포먼스’ 그리고 마지막 날의 727NOW! 1:00:00:00 파티의 디제잉 등이 그 예로, 단순히 누군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최보련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실질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각자가 마음 속에서 정말로 조언을 얻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를 수 있는데 말이죠. ‘교육적인’ 공간으로 정체화한 만큼 그런 부분에서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큰 성취를 이룬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료의 입장에 있는 작업자들을 가시화하는 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어느 정도 기능했던 것 같습니다.

교육적 목적을 가진 공간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때때로 어울려 함께 노는 자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포트럭 파티같은 것을 하기도 했고요. 무언가 할 때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분들을 뵐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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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운영이 끝난 후 운영진들의 경험, 혹은 관계 맺음(네트워킹)의 측면에서 얻은 것 혹은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요?

김은희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큰 경험이었습니다. 막연히 떠올리던 공간을 실제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적인, 체력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나,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며 시간을 분배한다던가 하는 것들도 포함해서요.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하면서 예상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경험해서 좋았습니다.

윤지수  그 중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특기할 만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들의 욕망이 생각보다 진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 일이나 작업으로 이어지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느슨한 공동체로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석주  새로운 관계가 생겼습니다. 특별한 점은 서로 공유하는 지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평소 미대생들에게 둘러싸여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만큼의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배울 것이 많은 입장에서 모르고 있던 부분들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유진  가장 큰 건 ‘어 해보니까 되네?’를 직접 보고 겪었다는 것. 다음에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큰 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저는 727NOW!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진 않지만, 세상에 이리도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목격하고 그들과 소통한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최보련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상주 인원으로 공간에서 지내는 와중에 727NOW!가 아니었다면 만나기 힘들었을 분을 뵙고 듣기 힘들었을 조언과 대화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관계 맺기의 오래된, 그렇지만 여전히 유용한 하나의 방법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초대라는 형식이었습니다. 727은 점거가 아니었지만 어쨌건 한시적으로 공간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은 호스트의 입지에서, 그리고 방문하시는/초대되는 분들은 게스트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소개했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이러한 방법은 해당 공간 바깥에서 거쳐야 하는 모종의 껄끄러움과 머뭇거림을 소거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필요 이상이거나 이하이지 않은 호의로 상대방을 맞이하는 태도의 효율성을 보았다고 할까요.

 

727NOW!와 같은 형태의 공간을 또 다시 운영하실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멤버들 각자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윤지수  727NOW!는 한시적인 기생형 공간이어서 가능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비슷한 형태의 공간을 운영할 계획은 없습니다. 오히려 공간의 형태가 아닌 활동에 더 관심이 있는데, 몇몇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727NOW!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어떤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공간을 확보한 것이었기 때문에 꼭 공간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맥락의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 727NOW!에서 만난 분들과 몇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라는 맥락에서 볼 때 727NOW!를 함께했던 재학생 분들이나 방문했던 분들이 학교, 학생 신분을 최대한 이용해서 각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홍석주  727NOW!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학과 내의 학술 소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학교 스터디룸을 빌려 진행하지만 과제나 각자 스케쥴 때문에 비중 있는 활동을 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동안 각자 공부한 것들을 가볍지만 밀도 있게 이야기 나누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가늘지만 지속적인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이유진  727NOW!가 매 학기마다 재발하길 바라는 사람의 하나로서, 그리고 아직 학교의 잉여 공간을 써먹을 수 있는 재학생 중 한 명으로서 졸업 전 뭐라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727NOW!와 같은 형식일 필요는 없기에 ‘어떻게’를 계속 고민하는 중입니다.

최보련  727NOW!가 수행했던 기능 중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중 하나는 지나간 전시/도록/디자인, 미술 관련 서적 아카이브였습니다. 어느 책이든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책들이 언제나 접근 가능한 범위에 위치해 있다는 물리적 상황은 실제로 공간 내에서 작업을 한다는 상황에서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이는 제게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도서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광범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쓰기 위해서는 개인의 머릿속에 도서 혹은 저자에 대한 리스트업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리스트의 거친 버전을 갖는 것 정도에도 몇 년을 소요했던 저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 공간에 놓인 서적들 자체가 그러한 리스트업의 산물인 아카이브를 구축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술대 학생의 신분에서 제가 사용 가능한 물리적 공간인 실기실의 한켠에 작은 미술관련 도록/서적 아카이브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저의 책과 친구들의 책들 중 전시 관련 도록과 인문서적을 구분하여 실기실이 마주보고 있는 복도를 경계로 나누어 비치할 예정입니다. 나와 우리들에게 지금 여기서 필요한 책들을 함께 읽고, 소규모 형태의 스터디를 연계하여 진행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지만 때때로 개인들이 이합집산하여 관심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비가시적이지만 유용한 연결고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나의 옆에, 혹은 건너편에 놓인 작은 아카이브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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