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일’ 라운드테이블2 “협업-겸업의 기술 – KNOW-HOW” 녹취록 2/2

CHAPTER 2. 일 : 라운드테이블2 “협업-겸업의 기술 – KNOW-HOW”

일시    2015년 3월 21일 토요일
장소    오피스커피
패널    안연정(문화로놀이짱), 제현주(롤링다이스), 한광현(오늘공작소), 한주연(DEMA studio)
사회    한주연
사진    전소영

아래 대화는 [녹취록 1/2]의 뒤를 잇습니다.

  협업과 갈등: 각자 힘 빼기 – 함께 소통하기 – 모여서 공부하기

제현주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협동조합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매번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데요. 사실 롤링다이스는 갈등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요. 특별하게 갈등이 있거나 큰 이견이 있거나… 아까 이야기 했던 합의제의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으로 같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같이 계속 있으면 싸울 일이 많겠죠. 원래 연애하다가는 안 싸우다가도 결혼하면 싸운다고 하잖아요. 물리적으로 같이 있지 않고 그래서 실제로 일어나는 인터랙션의 정도가 작아서 안 싸운다는 것이 한 가지고요. 두 번째는 롤링다이스는 기본적으로 겸업이라는 것이 깔려있기 때문에, 각자의 삶에서 어느 정도 관심사의 다각화가 이루어져 있어서 이 일이 각자의 삶에서 그렇게 절대적인 의미를 차지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롤링다이스 일에 왔을 때 힘이 좀 빠져있는 상태라고 할까요?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가있는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하려고 하면 갈등이 생기기가 훨씬 쉽거든요. 저 자신을 돌아봐도 롤링다이스가 저의 삶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제 일상과 삶과 정체성에 롤링다이스가 애초에 의도했던 것보다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힘이 빠져있는 상태거든요. 이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을 해요.

위의 두 가지 조건들(물리적 접촉의 유무, 겸업으로 인해 힘을 빼고 편안하게 일을 하는 상태)은 롤링다이스에 갈등이 없는 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잘해서 생긴 요소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주어진 요소 두 가지이고요. 저희가 잘해서 되는 것 두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이 역시 의도한 건 아니고 우연히 된 것이지만요. 하나는 협동조합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같이 공부했던 2년 반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 서로의 가치 지향이 상당히 맞아 있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애초에 갈등이 줄어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만약에 처음부터 일을 시작했으면 많이 싸웠을 수 있는데, 2년 반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인거죠. 저 사람이 무언가 하자고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혹은 저 사람의 경험치와 능력에 대한 신뢰 같은 것들이 깔려 있어서 갈등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요소는 성공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말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작은 성공의 경험을 뜻해요. 저는 갈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이 어떤 분위기와 사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부부도 그렇지만 원래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서로 싸워요.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을 일도 뭔가 다른 환경적인 요인이 힘들 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몸이 피곤할 때 훨씬 더 많이 싸움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런데 롤링다이스는 굉장히 운이 좋게도 초반부터, 그게 사회적으로나 객관적 의미에서 하찮은 스케일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희 스스로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떤 좋은 아웃풋들이 초반에 꽤 많이 나왔어요. 그것이 만들어내는 어떤 으쌰으쌰의 기운이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협업을 통해 일을 할 때 첫 번째, 두 번째, 그 다음 – 이런 식으로 순서대로 적당한 마일스톤을 잡고, 그것을 집단의 성공의 경험으로 축적해나가는 것이 갈등의 요소를 미연에 줄인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길고 먼 목표만을 오랫동안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굉장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러다 보면 개개인들이 지치기가 쉽기 때문에 그것을 잘게 잘게 끊어서, 집단 내에서 스스로 성공의 경험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 갈등 요소를 줄여주는 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요.

얼마 전에 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롤링다이스의 한 친구가 했어요. 이제 우리가 이걸 본업으로 가져가는 모델을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실제 본업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씩 많아져도 우리가 그때도 지금처럼 사이 좋은 분위기일까? 그래서 제가 그랬거든요. ‘그때는 또 부업을 만들어라.’ 그것이 꼭 돈을 딴 데서 벌라는 게 아니라 아까 말씀 드렸던 그 ‘힘을 뺀 상태’에서 만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무언가에 걸려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려워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저는 본업으로 모델로 바꿨을 때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이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어요. 분명 싸울 일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것…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그 때가서 닥치는 대로 잘 해나가야 하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롤링다이스는 그런 식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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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정  저희는 지금까지 주문, 즉 오더메이드로 어떤 사물을 만드는 일들이 저희 일의 반 이상의 포션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주 늘 같이 뭔가를 만들어서 보내고, 만들어서 보내고, 하는 아주 짧은 주기의 결과들이 존재하죠. 그래서 아무래도 갈등이 촉발되다가도 좀 잠잠해지는 측면이 있어요. 또 목공이라는 작업 자체가 혼자서 하기 보다는 일단은 둘 혹은 그 이상이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면도 영향을 미치고요. 공간을 돌보는 것도 전체가 같이 해야 되고, 사물을 만드는 일들은 늘 둘 이상이 같이 일해야 하고, 그런데 그런 팀들이 여러 개가 동시에 돌아가고… 사실 이렇게 매우 빠른 주기로 움직여요. 그래서 저희에게는 협업 과정에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그러다 보면 소통에 결핍이 생기죠. 소통에서는 사실 취약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공간에 오면 물이 떨어져 있거나, 뭐가 안 되거나 이런 열악한 환경과 만나는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늘 그저 ‘어찌어찌’ 가는 거에요.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에 갈등이 막 증폭되다가도 또 한 번 성과나 성취로 진전되기도 하고 진정되기도 하는데요.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소통에 있어서 놀이짱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은 ‘싸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거에요. 저도 지금의 놀이짱을 하기 전에는 둘이나 셋 정도의, 아주 손 발이 잘 맞는 사람들하고만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적을 때가 8명 많을 때는 14명이 함께 일하는 지금과 같은 공동생활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동료들 모두가 싸우기를 두려워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 두려움은 내가 지금의 이 분위기나 문화,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깰 것에 대한 두려움인 거죠. 아까 말씀하신 반대하는 것에서 나타나는 두려움과 같이, 저희는 전원 합의나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것을 깰 수 있다는 두려움이 너무 큰 거에요. 그런데 그 두려움이 대화의 건강함에 또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사실은 진짜 이제는 얘기를 해야 될 때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노동은 다 육박한 상황에서도 하거든요. 그런데 진짜로 소통을 해야 하거나 어떤 합의를 해야 할 때는, 육박한 상황이 되어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거에요.

그런 방식은 분명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죠. 근데 늘 헛헛한 게 생기더라고요. 그런 화두가 작년부터 놀이짱 내부에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추상적이기도 하고, 육박해서 얘기하자는 제안도 하나의 강요일 수 있고요. 하지만 그 육박함에 다다르지도 못하는 기저가 뭘까를 봤더니,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혹은 우리는 어쨌든 똘똘 뭉쳐야지만 생존할 수 있다고 명확히 생각하는 조직이다 보니까, 여기서 ‘나로 인해’가 되고 싶지 않은 게 모두에게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거에요. 즉 나 하나가 낙인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나로 인해’ 이곳의 무언가를 어그러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의 영향이 더 큰 거에요.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관계가 깨질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 안에서 그것을 지연시키거나 깨게 될 거라는 두려움도 있죠. 이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게 큰 고민이에요. 그 해결 과정에서 놀이짱이 성장하거나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

그럴 때 저희가 계속해서 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거에요. 그리고 영리와 비영리 안에서 여러 명이 일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공유의 측면에서 되게 취약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를 할지 말지 끊임없이 길게 얘기하고 이런 것들이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기 때문에 그냥 전반적으로 믿고 진행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근데 작년부터는 사소한 것들까지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재정이든 각자의 상태든 혹은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용기를 내서 말하고 있는데요. 저도 아직도 놀이짱 안에서는 말하기 전에는 매우 긴장되고 떨리고, ‘이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는 오히려 안 그렇지만, ‘나는 지금 이렇게 느껴’, ‘나는 지금 이렇게 생각해’를 말 할 때는 너무 긴장 되요. 그래서 점점 말더듬이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놀이짱 안에서 여럿이 일을 하면서 저도 말을 더듬게 됐거든요.(웃음) 언젠가부터. 말 한 마디를 잘못 시작해서 일이 틀어지기도 하잖아요. 제가 자주 지적 받는 지점도 “아랑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포지션에 있다 보니까 자꾸 ‘왜 그렇게 했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이 만드는 전조가 되게 좋지 않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웃음)

최근에 놀이짱의 제 동료가 해준 이야기가 있는데요. 얼마 전에, 가족 중 한 분이 아침에 출근할 때 여기서 일하면서 발걸음이 가볍냐고 물어봤대요. 새언니가요. 진짜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생각해봤는데요. 저도 아직까지는 발걸음이 가벼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좋은 이유는 더 나은, 우리가 삶의 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부분 때문인데요. 디마의 인터뷰 글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이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어떤 확신, 혹은 무언의 에너지 같은 것을 느끼는 지점이 있는 거에요. 물리적 조건에서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어떤 감각의 확장을 말해요. 감각이 계속 확장되고 한편으로는 되게 예민해지지만, 그게 관계 안에서의 어떤 날카로운 예민함이라기보다는 아주 미시적인 것에서부터 한 편으로는 거시적인 것까지 보게 되는 감각이 생기는 건데요. 한 번 산다고 생각했을 때 이런 감각은 삶을 매우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거죠. 보통 ‘생태적 감수성’이라고도 얘길 하던데, 모든 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진짜 인지하려면 그 연결에 대한 인식이 생겨야 하잖아요. 그 감각의 촉발은 몸을 통한 노동,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안에서 자꾸 관찰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것도 있지만, 이 작업 자체의 성격이 여럿이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여러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다른 에너지와 기운들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조금은 더 나은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거나 드러내려는 노력, 둘 혹은 그 이상이 서로가 인지하고 있는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인정해주려고 하는 작업들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긴 하지만, 그것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확장되는 감각이 있고, 그것을 통해서 서로가 연결되고 있다는 게 느껴지게 돼요.

더 나아가서는 무언의 에너지라는 걸 느끼는 거에요. 이 기운으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구나. 어떤 때는 기세로 일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기운으로 일할 때가 있고 또 기운 때문에 일이 안 될 때도 있지만요. ‘이건 말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닌데’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거나 생각을 하면서 더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들이 들 때, 그 다음에 어떤 힘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방식에 대한 것들이나 서로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에 있어서는 ‘추진’하는 것에 더 방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바로바로 멈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만약 이 멈춤으로 인해 더 열악한 상황으로 간다 하더라도, 한 번 멈춰보자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저의 포지션은 어쨌든 조직에서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이었는데요. 단순히 ‘실패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멈추거나 지금보다 후퇴하더라도 괜찮아’라는 시그널링을 함께 가는 동료들로부터 계속 받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가 조금 멈추더라도 서로 계속 확인하면서 맞춰가면서 가보자 라든가 그렇게 해 볼 시간을 확보해보자 라든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생각해요. 그리고 이 다음 단계를 넘어갔을 때의 놀이짱의 모습도 되게 기대되는 그런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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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에서의 갈등은 변하지 않는 상수로 생각하기

한광현  저희는 애당초 같은 단어를 공유하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의사 충돌 과정에서 갈등은 사실 거의 없어요. 근데 인간적 갈등들이 있는 거죠. 청소를 누가 덜 한다거나 하는 문제죠. 누군가가 지저분하고, 뻔히 걔가 어지럽힌 걸 알게 되면서 그것에 신경이 거슬릴 때가 있는 거에요. 이런 식의 사소한 갈등들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다면 그 갈등들을 어느 순간부터 그냥 상수로 놓게 되더라고요. 서로 매우 다른 사람들 7-8명이 함께 살아가는데 당연히 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는 거고, 거꾸로 또 상대방도 내가 다 마음에 들겠어요 설마? 싫은 게 있겠죠. 보통은 이렇게 각자가 서로에게 적당히 민폐를 끼치며 살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고서 끝나는데요.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큰 갈등을 겪었어요. 저희가 제일 처음 같이 모임을 발기하고 저희 팀을 꾸렸던 사람들 외에 외부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 외부에서 회사 생활 하다가 들어온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잘못 오해한 부분이 있었죠. 여기에 들어오면서 자기가 취할 것을 취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자기가 함께 분산해서 짊어져야 할 리스크에 대해서 생각을 안 했던 거에요. 공동체에 대해 제대로 된 학습이 잘 안 되어 있었던 상태였던 거죠. 그 사람이 굉장히 심각하게 문제를 일으켰어요.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서른이 넘은 친구였는데. 어린 친구들은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까 많이 이해하게 되요.(웃음)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한계라는 게 있다고 저는 스스로한테 그 나이 때 많이 너그러웠거든요. 그런데 나이 서른 넘어서 그러는 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 친구를 어떻게 처리했냐면, 제가 제압한 게 아니라 20대 다섯 명이 그 친구를 제압했어요. 원래 오늘 오시기로 했었던 우리 대표님이 스물다섯이거든요. 굉장히 어려요. 이 대표님이 술자리를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20대 다섯 명과 30대 한 명 총 여섯 명이 그 사람에게 돌아가면서 계속 이야기를 거는 거에요. 왜 그러느냐, 왜 그러느냐, 뭐 도와줄 게 없느냐… 그렇게 하니 본인이 미안해서 나가더라고요. (좌중 웃음) 미안한 감정과 함께, 자기에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게 부담이 되니까 스스로 나가게 된 거죠. 물론 이게 옳은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이야기가 되려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여기 남게 하고, 안고 가고 해야 하는데. 다만 각 팀마다 지향하는 바에 따라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씀 드려봤어요. 갈등 해결에 있어서 단 하나의 방식은 없고요. 그치만 갈등을 상수로 놓고 생각하는 게 일단 마음이라도 편해지는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일어날 갈등들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게 될 것 같고요. 이번에도 3명이 새로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는데, 저희가 작년에 저렇게 배운 게 있잖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그 세 분에게 제안한 게 있어요. ‘같이 공부부터 합시다’라고요. 같이 공부를 먼저 하고 몇 개월 지난 다음에 그래도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든다면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축구를 되게 좋아하는데요. 이기는 팀과 축구를 잘하는 팀이 일치하지는 않아요. 이기는 팀은 역할 분담이 되어 있고, 각자가 자기 포지션에 맞추어서 정확하게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서 이기게 돼요. 근데 축구는 정말 잘하는데 못 이기는 팀이 있어요. 반대의 상태인거죠.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하겠냐고 했을 때, 저희 내부적으로는 앞의 이기는 팀이 되자고 결정했어요. 어떤 사람은 몸을 쓰는 일에 더욱 특화되어 있고 그걸 즐기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정보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제안을 하는 것에 특화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정말 서류 정리를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한 팀이 돌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 팀이 올해보다는 내년에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해주셨던 자존감을 바탕으로 각자 포지션에 대해 충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고 갈등의 요소도 많이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현주  잠깐 덧붙이자면, 저희는 협동조합이잖아요. 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저희가 같이 일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보니까 아무나 다 받을 수는 없어요. 일을 일단은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저희가 초기 멤버 이후 지금까지 늘어난 조합원이 3명인데, 말씀하신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세미나를 해서 공부를 해가는 방식을 통해 서로 간을 보자는 취지가 있어요. 너도 우리를 알아야 하고 우리도 너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같이 공부하면서 보는 거죠. 그렇게 서로의 가치 지향이 확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때 예비조합원으로 들어와서 같이 일을 해보면서 손발을 맞춰 보다가 다시 실제 직접조합원(출자를 하는 조합원)이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덧붙이고자 한 것은, 이렇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같이 하는 등의 리스크가 적은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탐색의 기간을 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암묵지와 비공식적인 소통의 중요성

한주연  신기한 게, 완전히 다른 ‘타인’과의 협업에 대해서 다음 질문으로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예를 들어 놀이짱에서 ‘수리병원’ 같은 기획을 하실 때, ‘동네의 칼 가는 아저씨를 어떻게 데려와서 같이 일 할 수 있는가?’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바깥에서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 수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주셨네요.

협업과 갈등에 관해서는 역시나 저의 경험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안연정 대표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 이 분위기를 깨기 어렵다’, ‘내가 이런 피드백을 했을 때 공격적으로 들릴 것 같다’는 고민들이 있어요. 그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금기들을 깨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그럴 때 어떤 암묵지들이 작동하게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서 함께 한다’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믿는다’는 점 이라든지요. 혹은 사실상 술자리 같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 거죠.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던 피드백의 뒷배경에 있는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비공식적 자리들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놀이짱에서 하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공유가 협업의 순조로운 진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디마에서도 저희가 하는 전체 세션이나 각자의 팀 모임이 아니더라도 따로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냥 이 사람과 친구 대 친구로 만나서 놀고, 먹고, 이야기를 하는 그런 경험들이 일을 할 때 소통 방식에 대한 피드백이 되는 것 같아요. ‘아 얘는 이런 애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것들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본업과 겸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힘을 빼고 보기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아쉬운데 시간이 많이 흘러가서 마지막 질문을 하고 플로어 질문을 받을게요. 이 테이블이 협업-겸업의 기술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겸업의 노하우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학부생으로서 겸업이든 본업이든 어떻게 협업의 방식을 ’업’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요. 들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이것이 가능한 ‘업’에 대해서 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롤링다이스 일이 본업이 되었을 때, 또 다른 겸업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 어차피 뭐가 본업이 되고 뭐가 겸업이 되든지 간에 어떤 부족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욕구가 생기게 되는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그런 부족들을 마주치게 될 때마다 그것을 다시금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한편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을 찾은 듯한데요. 세 팀은 직접 업으로 일들을 하고 계시니까 보다 구체적인 겸업의 노하우라든지, 혹은 겸업의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현주  롤링다이스의 10명이 공통된 하나의 층위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게 협업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각 개인들의 차원에서는 다른 일들을 병행하며 각자가 직교하는 다른 여러 가지 층위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굉장히 신기한 건, 롤링다이스 친구들 대부분이 본업과 롤링다이스와 세 번째 일이 다 있다는 거에요. 여기에 다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들이 모여서(웃음), 아무튼 그게 꼭 돈을 버는 게 아니더라도 뭔가 또 다른 것들을 하고 있어요. ‘도대체 저 친구들은 다 어떻게 저것을 다 할까’하고 되게 궁금하거든요. 저는 어쨌든 직장을 다니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다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도 하는데, 롤링다이스도 하고 제 3의 또 다른 것까지 어떻게 할까 싶은 거죠. 그렇게 겸업을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친구들 각자의 노하우가 다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저의 경우에는 롤링다이스에서 하는 일이 있고, 소득이 되는 일 혹은 돈을 벌지 않는 일이라도 또 하는 일이 있어요. 그래서 서너 가지의 일을 보통 한 시점에서 돌리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은데, 아까 안연정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부분 중에 ‘자아분열’을 시킨다는 부분이 참 와 닿아서 좋았어요. 그 기술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자아 분열을 잘 시키려면 통합을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내가 막 자아들을 분열시키더라도 그걸 통일체로 만들어가는 뭔가가 있을 때는, 자기의 자존감이랄까? 어떤 자신만의 중심을 깨트리지 않고 굉장히 편안하게 분열을 시킬 수 있거든요. 영혼 A를 여기에 보내고, 영혼 B를 저기에 보내고… 그것을 할 수 있게끔 되는 거죠. 그래서 내가 지금 어떤 역할로 그 자리에 가는가라는 인식, 그리고 그 인식을 통해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는 거죠. 그래서 여기에 꼭 나의 온 자아를 진정하게 다 들고 가서 나를 어떻게 보이겠다든가, 나를 확인하겠다 라는… 그렇게 자아를 너무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역할에 집중해서 그 역할로 나를, 나의 어떤 필요한 부분들을 보내고 그 여러 역할들을 나중에 돌아와서 스스로 통합할 수 있는 감각이 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가지게 된 노하우인 것 같고요. 그렇게 될 때 역시 아까 이야기했던 ‘바짝 힘이 들어간 상태’가 아니라 ‘힘이 빠진 상태’에서 하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인 조정들: 효율성에 대한 고려, 나의 일상과 몸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

이런 것들이 내면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한다면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일만 할 때와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효율성의 차이가 분명히 생기거든요. 즉 여러 가지 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어떤 식으로 유지시킬 것인가, 그것은 언제나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일과 이 일을 붙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이 일을 할 때는 다른 일을 빼야 한다’는 것 같이 굉장히 기술적인 차원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도 필요해요.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일에 대한 이해를 붙이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여러 일을 하면서도 자기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해요. 일상이 깨지면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가 없거든요.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갑자기 바빠질 땐 미친 듯이 바빠져서 사람이 굉장히 피폐해질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조절하면서 자기 일상의 루틴을 망가트리지 않고 끌고 가는 것,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일상의 기술. 그런 것들을 신경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처음에 오늘공작소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겸업도 나이가 있고 먹고 살 경력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처음부터 청년들에게 그걸 하라고 할 수가 없다는 데에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롤링다이스의 많은 친구들은 사실은 청년으로 저보다 대체로 다 어려요. 물론 20대가 빠르게 줄어서 지금은 2명만 이십대고 나머지는 다 삼십대인 거 같은데.(웃음) 저만 직업 없이 살고요. 이십 대 친구들도 중심이 되는 직업이 있어요. 그래서 똑같이 겸업이라고 해도 완전한 의미의 겸업은 아닐 텐데요.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실제로 겸업을 해나가려면 그 시기까지 자기 능력이든 자신의 것을 쌓는 기간은 확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겸업이 처음부터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 좀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간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요. 협업과 겸업을 함께 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게 한국의 현실이지만, 또 그렇다고 본업 하나를 가지고 살기에도 여전히 척박한 게 한국의 현실이라.(웃음) 개인에게 지워지는 짐이 필연적으로 너무 큰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업을 통해서 겸업을 하는, 그래서 리스크를 관계망 안에서 최소화해서 줄여나가는 방식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꾸역꾸역 겸업과 협업을 해나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연정  저는 30대 초반까지는 독립 기획자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막 하며 지냈는데요. 지난 6년 동안 조직 하나에 매인 사람으로 지내면서 결과적으로 저는 협업, 그리고 여럿이 일하는 게 훨씬 더 나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어쨌든지 간에 더 많은 망 안에 있을 때 확실히 스스로의 진화에 아주 중요한 것들을 더 많이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아까 ‘예민함’에 대해서도 얘기했었죠. 사실 이 다양한 망 안에서 레이어가 많아질 수록 더 분명하게 보려 하고, 더 본질적인 걸 보려고 하게 되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것도 있지만, 결국 극에 다다르게 되면 내려놓는 게 생기거든요. 힘을 빼자고 말하지만 힘은 빼고 싶다고 빼지는 게 아니고 그 공기 반 소리 반(좌중 웃음)과 같이 자기의 기술, 즉 자기 내공이 생겨야만 힘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요즘 ‘힘 빠짐’이 아주 관심사에요. 그래서 힘 빠지는 게 일에서는 어떻게 가능해질까 묻게 됩니다. 문서 하나를 쓸 때도 생각하게 돼요. 지금 내 어깨를 내려야 되는 걸까 머리를 비워야 하는 걸까, 혹은 정서적으로 뭔가 다른 상황을 줘야 되는 걸까, 같은 거요. 어쨌든 예민함이 많이 생겼을 때 결국 내려놓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내려놓았을 때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여러 망 안에서 겸업으로 해결하거나, 그냥 여럿이 함께 하는 협업 구조 안에서도 또 다른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해나가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사실 그것은 협업과 겸업이라는 표현 보다는 융합과 통합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꼭 우리가 제작소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물만 만들고 이런 게 아니라, 우리가 제작을 통해 배운 것들과 연결 가능한 다른 일들을 찾았을 때 협업 구조 안에서 또 그 연결로 이어지는 일이 생기거든요. 어떤 모듈이 작동하듯이. 즉 협업 안팎에서 노드(nod, 연결점)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관심 있는 것들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고, 그런 제안이 노드가 되어 또 다른 노드들과 연결되면서 일이 된다거나 하는… 그러니까 굳이 협업이다 겸업이다를 나누지 않고도 여러 연결망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순히 지금의 전망이 안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웃음) 저는 협업하면서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망 안에서 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과의 연결망 안에서 살아가고 일하는 이유

사실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20대 때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인데, 이 제작문화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저 스스로를 좀 치유하고 저의 개인성이나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의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 안에서 어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생활하는 20대를 보내서 지쳤었거든요. 어떤 모순들에 대해서도 느꼈었고요. 물론 어느 순간 또 제작문화 안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너무 저 개인에게 몰입하고 있기도 하지만요. 사실 개인의 자존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기가 사회적 관계 안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죠. 그러고 나면 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너무 막막하기도 하고 어려워요. 해야 할 것들도 되게 많게 느껴지고요. 그렇지만 요즘 저를 충만하게 하는, 저와 함께하는 연결망들의 기운을 느끼면서 다시금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좀 더 본질적으로 지금 이야기해야 될 것들이 있고 그것은 함께 해야 하는 것이구나를 많이 느낀다는 거에요. 저는 그 본질적인 이야기란 시간과 돈의 문제를 확보하는 것, 이 권리에 대해서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놀이짱 조직 안에서의 시간과 돈의 문제와는 별개로요. 놀이짱에서는 아직 기본소득이나 노동시간 문제에 있어서 대안들을 많이 찾지는 못했죠. 다들 너무나도 근근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동을 더 많이 할 때도 있고요. 그런데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 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본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가 좀 같이 주장하고 움직여야만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협업과 겸업을 나누거나, 어떤 특수한 사례로 분석하는 것, 40대 이상은 겸업이 가능하고 그 이하는 안 되고 이런 문제를 좀 넘어서서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된 이후에 사실은 협업과 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다시 어떤 운동들을 펼쳐나갈 것인가에 대해 계속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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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현  저희는 예전부터 제일 관심이 있었던 주제가 ‘인간들이 함께 살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다’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올 해 4주기가 된 후쿠시마 사고도 그렇고, 생태계 자체가 이렇게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 점점 죽어가는 일본 열도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잖아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너무 큰 공포가 있으면 그것을 외면하고 싶은 게 사실 인간의 마음이거든요. 근데 그 공포를 응시할 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응시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어서 저희가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함께 하고 싶다, 함께 일을 한다, 그리고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 마을에서 같이 살자, 함께 밥을 먹자, 그리고 함께 놀자…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고요. 그래서 ‘함께 한다는 것’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개인 안에서의 협업, 개인 안에서의 겸업의 노하우는 저절로 생겨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 개인을 예로 들자면, 저는 회사를 나오면서 딱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첫 번째는 내가 그 동안 관심만 있었고 제대로 하지 못했던, 즉 가끔씩 후원금을 내거나 정기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에서 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믿어왔던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보자는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내가 나의 집에서 책임졌던 금전적인 부분은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지속시키자는 거였어요. 그러고 나니 내가 한 달 동안 쓰는 돈을 정확히 분석해서 이 중에서 내가 절대로 쓸 수 밖에 없는 돈은 내버려두고,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어떻게 하면 굴릴 수 있는지를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상 삶의 질은 삼 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쓰고 있어요. 그 개인적인 시간으로 오늘공작소 일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본인들이 자기의 주체적인 문제로 이것을 응시하고 본인들을 분석하시는 게 제일 우선이 되고, 그렇게 자기를 파악하고 있는 개인들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협업과 겸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플로어 질의응답: ‘힘빼기’란 / 경쟁업체의 유무 / 영감의 원천

청중1 ‘내려놓기’, ‘힘빼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힘을 빼고 싶은데 도저히 그 힘을 뺄 수 없던 경험들을 겪어보셨기 때문에 그런 지혜랄까, 새로운 노하우가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경험들과 연결 지어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광현  제 경우엔,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제대로 된 형태의 공동체를, 즉 생산과 지속성이 연관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잘 쉬려고 하고 있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요.(웃음) 개인적인 시간이 났을 때 모든 스트레스를 다 풀고요. 까칠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제대로 일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제 스스로가 먼저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고, 나머지 팀원들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희에게 공간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가 이것과 연관이 있는데요. 그곳을 24시간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각자 시간이 될 때 그 자리에 모여서 일을 할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새벽 2시에 만나요. 밖에서 각자 다른 일 다 하고 놀다 와도 새벽 두 시에 약속을 잡는다면 와서 일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공간이 있으니 각자가 컨디션이 제일 좋을 때 거기 모여서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방식들이 저희들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 같아요. 근무 시간이 없는 조직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현주  아까 마지막에 말씀해 주셨던, 자신을 잘 이해하고 개인이 잘 확립돼 있어야 협업, 겸업이라는 것이 딱히 구분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힘을 빼는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상한 말이지만 힘을 빼려면 힘이 있어야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힘이 없으면 힘을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어지니까… 그런데 그 힘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객관적으로 규정된 능력이 아니라. 자기를 지탱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차피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진데다가 여러 명이 같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 애초에 무언가를 통제해서 계획대로 착착 진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딱 만들어 낼 수 있는 확률적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너무 낮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바꾸려고 생각하면 힘이 너무 들어가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에 닥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되는대로 한다’, ‘그리고 어떻게 되든 나는 그 안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저는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응시하는 것이 되게 중요해집니다. 자기가 힘이 들어갔을 때 ‘아 내가 힘이 들어갔구나’를 빨리 알아챌 수 있는, 그렇게 자신을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힘이 빠져있는 건 부처님이니까 그것은 불가능하지만 자기가 힘이 들어갔을 때 힘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많이 빠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관찰과 응시를 통해 자신을 조절해나가는 것, 그리고 몸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한다는 점은 저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중1  그런데 힘을 빼려면 힘을 많이 써보거나 힘을 쌓아보아야 하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나요?

안연정  그렇죠. 사실은 실패의 경험도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쨌든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건 중요해요. 그런데 그게 나만 생각하고 여기저기 그냥 찔러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건 상호작용이기 때문이죠. 또 상호작용이 되려면 나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지만 상대의 반응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느끼고 깊이 있게 공감해줄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공감력도 중요합니다. 공감력을 만드는 것은 일단 나부터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겠죠. 그리고 여러 가지 상호작용에 있어서도, 어떨 땐 관찰자로 어떤 때는 실험자로 또 어떤 때는 행위자로 위치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놀이짱에서의 저의 지적 사항에 대해서 고백했지만, 저한테 요즘 가장 힘이 빠진 채(기운이 빠지는 게 아니라) 협업하게 될 때는 당위로 얘기하기 보다는 요청이 될 때에요. 그러니까 ‘이건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니야?’가 아니라 ‘내가 이걸 하고 싶은데 함께 해줘’라든지, 또는 ‘같이 하면 좋겠어’와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거죠.

그리고 대화를 할 때 ‘탈아’가 되는 게 아니라 ‘나’로 이야기하는 방식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 조직의 대표 입장으로 있다 보니 자꾸 화법도 논리도 ‘탈아’로 이야기할 때가 많은 거에요. 가끔 저의 얘기에는 ‘누구’의 이야기 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동료가 해주곤 하는데, 자꾸만 당위이거나 전체적 문제로 이야기 하려다 보니까 ‘나’가 자꾸 빠지는 거에요. 그런데 ‘나’로서 이야기 하면서 점점 훨씬 몸이 가벼워지고 상태도 가벼워진다는 게 느껴지는 거에요. 힘이 빠진다는 건 경직되지 않는다는거죠. 이렇게 나한테 맞는, 담백하게 대화하고 협업하는 방식이 뭔지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찾는다는 게 찾으려고 막 노력하기보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일을 하는 경우 어떤 때 가장 진솔하고 공감을 느끼게 되는지를 먼저 관찰하다 보면, 그걸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과 일할 때는 이런 방법들과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 자꾸 상대방의 상태가 되어보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말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열어 놓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만드는 것이 되게 중요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몸의 상태나 회복력이 중요한 거죠. 저도 이제 스킬이 생겨가거든요 점점. 제가 어제 너무 열나게 일을 해서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겠다는 예상에 요샌 빠르게 반응하게 돼서 ‘그럼 두 시간 동안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이완시켜야 되겠다’라든지.(웃음) 이렇게 그냥 막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하며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주연  ‘힘을 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라든지 이런 소소한 삶의 기술들을 공유 받은 게 좋았는데요. ‘힘을 빼기 위한 힘’이라는 게 자기를 잘 파악할 때 생긴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학생, 20대 초중반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힘을 빼려면 나를 알아야 하는데 아직 다들 나를 잘 모르고 있는거죠. 10대 까지는 나를 바라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20대가 되어야 뒤늦은 사춘기가 오고 자기를 알아가는 거죠. 이런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 심지어 모여 있으니까 다들 너무 힘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그 나름도 어떤 단계로 바라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또 20대들이 몸을 참 못 챙기면서 일을 하는데요. 더 시간이 흐르면 이런 몸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도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더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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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2  일을 하는 방식과 분야가 어느 정도 특색 있으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유사한 경쟁 업체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거기에 대처하는 전문성이나 전략은 어떻게 확보하실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일의 분야가 특이하셔서 경쟁 업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 있으셨다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시는지요?

안연정  놀이짱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의 경쟁업체는 CJ엔터테인먼트거든요. (좌중 웃음) CJ엔터테인먼트가 시장과 우리를 이렇게 잠식하는 것 만큼 대응력을 가져야 되겠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관심사에요. CJ랑 한번도 일해본 적 없고 CJ에게 당한 것도 없지만 그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구조를 모두 장악하는 방식을 보면서 놀라거든요. 놀이짱도 단순히 사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고 캠페인을 벌인다거나, 먹을 것과 관련한 일을 할 수도 있고, 놀이 문화를 만들 수도 있고, 여가 생활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집이나 주거생활방식과 같은 것들까지도 확장되는 다양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희에게는 CJ가 있기 때문에…(웃음) 이러한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방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예민한 감성을 기르고 비물질적인 세계관 안에서 틈새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한광현  저희는 딱히 경쟁업체가 있을 수 없는 구조에요. 애당초 이런 걸 해도 돈이 안되기 때문에…(웃음) 영리 기업이나 큰 단체들이 끼어들 일도 없고요. 저희는 저희와 같은 일을 하는 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왠만하면 저희가 하는 모든 일들을 매뉴얼로 만들어서 필요한 팀들에게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끼리만 하는 것보다는 여러 팀이 서울 곳곳에서 이런 형태의 작업을 하는 게 저희에게도 훨씬 더 유리하거든요. 그래서 팀들이 많아지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도 좀 더 많이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사실은 경쟁업체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제현주  롤링다이스는 사실 경쟁업체가 많죠. 전자책을 출판하는 업체가 많으니까…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저희가 경쟁업체를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경쟁이라는 방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시장에서 책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죠. 근데 롤링다이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개인 조합원이 전부이기 때문에 각 개인이 점점 더 많은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게끔, 그래서 그 안에서 쌓아가는 경험들이 개인에 더 좋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전자책을 만드는 것에 한해 이야기를 하자면 각각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점점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있어야 한다는 감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게 중요한데요. 저희가 일반 기업에서 뽑는 형태로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을 채용하며 시작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시장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 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사실은 그것에 대해서 따져보지도 않고 시작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책이 안 팔려도 망하지 않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애초에 만들어 놓는 것, 그러니까 그것은 아주 기술적인 차원의 요소들일 텐데,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기다리는 것, 그런 것이 저희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라면 방식이었을 것 같네요. 사실 들어가서 보니까 전자 책 업계가 아직 초창기에 있는 산업이라서 딱히 엄청난 것을 배워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이라기보다는 파이 전체를 키워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쟁 압력이 그렇게 큰 상황은 아니고요. 저희는 경쟁에서 어떻게 더 잘해내는가 보다는 오히려 먹거리를 어떻게 더 점점 더 늘려나가겠는가, 어떻게 사세를 늘려가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인가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주연  사실 저희는 경쟁 업체는 없고, 경쟁 학회도 없고요.(웃음) 저희의 바람도 우리가 커지는 거 말고 우리 같은 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이렇게 협업을 통해 상호 작용하며 힘을 뺀 20대들이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청중3  짧은 질문을 드립니다. 추천하는 책이나, 혹은 책과 유사한 기사나 잡지, 즉 지식의 원천을 세 분이 하나씩만 골라주시면 좋겠습니다.

제현주  롤링다이스를 추동시켰던 한 권의 책이 있는데, 지식의 원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가슴 뛰는 회사>라는 책입니다. ‘사우스 마운틴 컴퍼니’라는 종업원 소유주 회사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거든요. 그 책을 읽고 전원 합의제와 같은 생각도 거기서 가져왔고 그래서 여러모로 영감을 주었던 책이라서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안연정  저도 굳이 저의 관심사를 빼고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서 추천을 하자면, 놀이짱도 시작할 때 사우스 마운틴의 <가슴뛰는 회사>, 그리고 저희가 공통 서적처럼 보는 책 중 하나인 리처드 세넷의 <장인>이라는 책입니다.

한광현  일본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이 쓰신 <3만엔 비지니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 나누었던 겸업에 대한 사례들도 많이 나오구요. ‘이렇게 해라’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굉장히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겸업의 세계에 뛰어들어서 살아 가려고 하고 있고, 그것이 또 우리 삶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더불어 <녹색평론> 정말 좋은 책입니다. <녹색평론>을 아무 챕터나 펼쳐서 읽으셔도 지금 고민하고 계시는 것들에 대해서 뜻밖의 조언, 친절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강추합니다.

  ‘협업과 겸업 – 더 나은 개인’의 선순환

한주연  이제 정말 마무리를 하려고 해요. 사실 마지막 질문으로 패널 분들께 드리고 싶었던 질문은, 그래서 협업이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고, 그것이 다시 좋은 협업으로 선순환한다면 그 협업이 어떤 모습일 때에 좋은 개인들이 또 다시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미 이야기를 들으며 대답이 대부분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자면 각 팀 내에서 어떤 ‘학습’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레이어의 협업 활동이 다시 생성되고, 이 모든 과정에서 다층적인 자신을 발견하면서 좀 힘을 빼는 그런 개인이 되어 다시 더 나은 협업으로 나아가게 되는 듯합니다.

저에게는 사실 공공그라운드 기획 역시 협업이었는데요. 일시적 협업이라고 할까요? 디마 스튜디오에서 정해진 구성원들과 일정 기간을 엄청나게 몰입해서 함께 했던 협업의 경험을 마치고 바로 일시적이며 약간은 느슨한 형태의 협업을 하면서 협업의 다른 모습들을 찾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협업의 형태가 있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그것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또 오늘 이야기를 들으며 경험이 달라진 윗세대와도 협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오늘처럼 배우고 가는 기술들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오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안연정  잠시 한 마디만… 혹시나 하고요. 저는 협업이 나를 잘 아는 건 중요하지만 준비된 개인들의 협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함께 협업할 수 없다면 또다시 그냥 늘 준비된 사람들이 모여서 에너지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협업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협업의 이름으로 오히려 상처받는 것들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를 알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거지, 준비된 사람들이 협업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주연  네, 너무나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이 테이블의 기획 취지 자체가 불완전한 개인들이 모여 협업을 하는 경험을 통해 보다 나은 개인으로 함께 성장하고, 이것이 다시 좋은 협업 그리고 다시 좋은 개인,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었죠.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해주신 패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라운드테이블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APTER 2. ‘일’ 라운드테이블2 “협업-겸업의 기술 – KNOW-HOW” 녹취록 2/2”에 대한 답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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