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기획 인터뷰 :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Chapter 3. ‘운동’ 기획 인터뷰

일시    2015년 3월 12일
인터뷰이    찐사마, 정홍식, 이창원, 서섬, 송윤지  |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인터뷰어    스밀라  |  00 그라운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하 청년관)의 소개와 각자 하고 계신 일들을 간단하게 말씀해주세요. 

찐사마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은 미술계와 국립현대미술관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요. 미술인, 비 미술인, 단체, 개인들의 콜렉티브 형식으로 연합된 모임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작업을 하고 있고, ‘지천년견오백’(@duruduru_PP)이라는 동양화 저변 확대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정홍식  청년관에서는 민원팀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현대미술관에 유휴 공간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본업으로는 칠팔구(@chillpalgu)라는 팀에서 전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창원  건축을 공부했고, 개인적인 연구의 차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건축적으로 잘못된 부분들을 건드려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지금은 청년관 사무국에 있습니다.

서섬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하고 있고, 사행성(@team4planet)이라는 팀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런 활동 중 하나로 청년관에 참여하게 됐는데, 되게 운이 나쁘게도 사무국을 맡게 되었어요…  원래는 전혀 할 마음이 없었는데… (모두 웃음) 하여튼 그런 일을 잘 안 맡으려고 하는데 어찌어찌 하고 있습니다.

송윤지  미술사 전공을 했어요. 이 운동 자체가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고요. 청년관의 목표와 정체성을 밝히는 글들을 정리하고 쓰는 작업을 했고, 저희가 해나갈 일들에 대해 기록하는 작업들을 할 예정입니다.

 

청년관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이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혹은 동의는 하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계기로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에 직접 참여하게 됐나요?

송윤지 저는 이 구호(‘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를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고요. 제 전공이 미술사다 보니까 동시대 미술에 대해서 누가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작업이나 활동을 지켜볼 사람이 필요하고, 그걸 나중에 증언할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청년관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본 게 있었고, 누군가 이것을 이끌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찐사마  저는 청년관 구호를 처음 접한 게 SNS였어요. 요즘 실제로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 수도 많아졌고, 수가 많아서 치열해졌다고 하지만 정작 볼 만한 작품은 점점 없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기성세대는 청년 작가를 위한 공모도 많고 지원도 충분하지 않냐고들 하는데요. 문제는 청년들이 게을러서 열심히 안 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미술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중간지대가 없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단적인 예를 들면 청년들은 자폐적인, 느슨해 보이는, 꽁냥꽁냥한 불확실-무의미 이런 류의 작업만 열심히 하고 있고, 중견 작가들은 제도권 안에서 거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중견 작가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그 공적 담론으로 넘어갈 수 있는 등용문, 문턱이 있었다고 치면 이제는 중견과 청년이 작업적인 측면에서도  더 이상 만날 수 있을 거 같지 않고, 오히려 문은 더 좁아져간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둘이 각자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심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세계가 단절되는 채로 끝나버리는데요. 작가들이 가난해지거나 지원을 못 받아서, 혹은 안 해줘서 그런 게 아니라 그 간극을 줄일 제도적 차원, 담론적 차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문제 의식에 청년관의 구호가 적합하고 유효한 지점을 건드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라운드 테이블에 갔는데 실체를 알 수 없을 거라는 저의 우려나 짐작과 별개로, 모인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 의식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뚫어줄 지점이 없어서 다들 여기에 모이게 됐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된다든지, 깊숙히 알게 된다든지 하면 앞으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개인들을 보니 그런 게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서섬  예전에 학교 강연에서였나, 한 선생님이 “너네는 도서관이 없으면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애들이야. 도서관 달라고 얘기 안 하는 애들이야. 싸울 줄 모르는 애들이라서 못 받는 건 당연해.” 이런 식으로 얘기하신 적 있거든요. 그때는 그런가? 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때도 저는 이미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퀴어문화축제 활동가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운동하는 사람과 내 모습이 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제가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게, 내가 하니까 남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냥 하는 거예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거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예술을 하면서 최소한 시대착오적인 예술을 하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꼭 발언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청년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적성에 안 맞더라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것 때문에 참여하게 됐죠.

이창원  왜 제가 청년관을 하게 됐냐면, 저는 원래 건축을 하는데, 그냥 국립현대미술관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공간이 지저분하고 건축적으로 좀 재수가 없어요. 되게 뽐내려고 하고 미술관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청년관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도면이란 게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구체적 목적을 가진 아티스트랑 어떤 공간을 만들지 같이 얘기하는 과정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처음엔 운영위가 아니라 콜렉티브로 들어온 거고요.

정홍식  저는 첫 번째 라운드 테이블부터 참여를 했는데 작년 정도까지 작업 말고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는 걸 말하는 게 작가에게는 유효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전까지는 작업 말고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었고. 제가 07년에 대학을 입학했는데 그때 이후로 눈에 보이는 에너지가 있는 흐름은 이게 처음이라고 생각 되거든요.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된 거고요. 물론 그때 이런 비슷한 활동을 하셨던 분들이 들으시면 기분 안 좋으실 수 있겠지만. 청년관 타이틀을 달고 저희가 활동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다른 제도적인 것들을 정상화 하는 행동도 같이 하고 있는데, 이렇게 병행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청년관을 짓는 것만을 위해서 활동하는 게 애초부터 아니었고, 그 전에 선행 돼야 하는 것도 있고요. 여기 참여하지 않는 분들이나 반대 의견을 내는 분들도 여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이라는 세대를 나누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 옛날스럽다고 생각하시는 젊은 분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제가 여기 나와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아니듯이 반대하는 분들도 한 가지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아닐 거예요.

 

트위터에선 청년관 하는 분들이 다 서로 선후배 아니냐는말이 있던데요. 처음에 청년관을 제안했던 임근준씨와의 연관성을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요.

찐사마  저는 청년관의 방향이 임근준씨가 말했던 방향과 완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설 개선, 관장 선출 과정 공개, 쿼터제 요구 등은 이미 첫번째 강연에서 임근준씨가 제안했던 얘기들이고요. 그런데 그건 언제 어디서나 해도 정당한 말이잖아요. 먼저 좋은 선언들을 해주셨고, 참고해서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되고요. 임근준씨가 아니더라도 좋은 말씀들을 굳이 제낄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저희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섬  저는 임근준씨가 말한 거랑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참여하는 사람이 달라졌어요. 지금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은 아직 학생이거나 막 졸업한, 개인전 1회도 하지 않은 작가들이 실질적인 주축이거든요. 누가 말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달라지는 게 있다고 봐요. 청년관 이야기나 임근준씨 이야기는 옳은 이야기들이고 미술계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세대가 해도 상관없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발화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해지겠죠.

 

근데 만나서 보니까 청년관 활동하는 분들이 서로 이름 밖에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서로 무슨 전공인지 정도만 아시는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서섬  일 한창 진행하다가 그런데 혹시 뭐하는 분이시냐고 물어보고.. 그래서 간단하게 자기 소개서를 써서 모아본 적 있어요. 건축하는 분, 디자인하는 분, 일을 안 하는 분, 영상하는 분, 다양해요. 락커도 있고요. 미술이론이나 문화연구 하시는 분들, 자기는 미술 안 한다고 하지만 미술작업으로 볼 수 있는 분들도 있고요. 사진 찍어서 전시하시는 분이나 보지풀빵 만드시는 분처럼요.

 

이런 콜렉티브 형태는 같이 활동하지만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모순점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이도 아니신데 내부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정홍식  그래서 처음에 몇 번은 회의가 더럽게 오래 걸렸죠.

찐사마  직접 민주주의로… 스무 명이 한 사안에 대해서 같은 말을 하는데도 이십 개의 해석본이 나오는 거죠. 처음에는 회의 중재자가 따로 없었고, 1차 라운드 테이블 이후에 일단 급한 실무에 사람들이 붙는 방식이 된 거고요. 나중엔 자발적으로 속기나 대화 기록을 맡아주시는 분들도 생겼고, 지금은 실무를 담당하는 운영위와 콜렉티브가 나눠진 상태로 굴러가고 있어요.

송윤지  운영위가 조직도 상위에 있는 개념은 아니고요.

정홍식  그때 당시에 여섯 시간 짜리를 회의를 일주일에 두 번하고, 회의하다가 이미 전주에 했던 이야기로 다시 되돌아오고 그랬어요. 근데 저는 그게 되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될 지를 결정하는 거니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중요할 수 있잖아요. 첫 번째 라운드 테이블 이후 2주 회의는 장난 아니었어요. 잠깐만 쉴까요? 하고 네 시간 지나있고. 비효율적이었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콜렉티브 형태는 공동선으로 의견을 취합해서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가 다르고, 최종 목표도 다르고, 거기에 어떻게 스텝을 밟아야 하는지 생각도 다를 텐데 그걸 다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회의 때 나오는 얘기의 반 정도만 동의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넘어가자’ 이런 건 아니고, 나랑 의견이 다르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 되겠다 하면 넘어가는 것이죠.

송윤지  비효율적인 시간이었지만, 라운드 테이블에 왔던 사람들이 회의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가담할지 말 지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정보 처리 과정이 다르니까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르게 말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효율적 과정으로 좁혀가는 것은 빨랐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떤 안건에 대해서 이 사람에게 이걸 맡기고, 저 사람에게 이걸 맡기고. 서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찐사마  구성원 중 맥주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대변하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요. 누가 자기를 대변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작가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입장이다’ 라고 말하는 단일한 창구가 있다면 얘기가 계속 돌지 않고, 효율적인 진행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협업의 의의는 무엇일까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관 사진 1

다들 보통 개인 작업을 하시는 거잖아요. 청년관이 내적으로 동력을 가지려면 그 안에서 협업도 이루어져야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데, 다양한 사람이 모였을 때 자기 작업에도 시너지가 나는지 궁금했어요.

송윤지  저는 개인적으로 잡지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 만난 친구들과 협업으로 하려는 생각이 있어요. 편집 디자인 할 친구, 사진 찍는 친구를 섭외하고 기획이 있으면 저한테 가져와서 검토 후에 같이 하고요. 어쨌든 하나의 매체 혹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니까 협업은 이후에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정홍식  789 같은 경우는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어요. 디자이너가 없는 건 괜찮은데 저희가 디자인하는 게 되게 후져요. 사실 활동을 하려면 로고도 필요하고, 공간이 생기니까 아이덴티티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이렇게 저렇게도 해봤는데 다 후지더라구요. 이걸 어떡할까,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걱정하다가 727NOW 분들한테 돈을 드리고 맡기기로 했어요. 물론 저희가 돈이 없기 때문에 코딱지만큼이긴 한데. 맨 처음에 부탁드렸던 건 팀의 로고 같은 거랑 전시 공간의 포스터였어요. 사실 저희는 ‘대충 이런 게 필요합니다’만 했고 오히려 디자이너 분들이 ‘아 그러면 너희가 이렇게 이렇게 쓸 수 있는 걸 해주마’ 하셔서 결과적으로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된 거죠. 그리고 저희가 공간 만들어 전시하는 것 말고 공공 도서관들의 작은 갤러리들을 순회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거든요. 727이 그 프로젝트의 포스터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셔서 그것도 같이 하려고 해요. 협업체가 되는 거죠.

찐사마  막상 학교 다닐 때도 과가 여러 개 있어도 서로 잘 모르고, 친구가 디자이너라고 내 것을 부탁하기에 힘든 구석이 있어요. 친하고 말고 문제가 아니라 작업에서 공유하는 지점에서 차이가 있죠. 라운드 테이블도 그렇고 지지부진했던 회의 과정에서 최소한의 그런 지점 –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겠다,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해줄 수 있겠다 – 그런 신뢰를 공유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걸 각지에서 모인 타인들과 공유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운드 테이블 속기를 보니 마지막에 연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 거 같아요. 티피컬한 운동의 방식을 차용하자는 의견도 있고,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정홍식  처음에 그것에 대해서 많이 회의했어요. 처음 기획은 4회 강연이었는데, 네 번째 강연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고, 시위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어요. 그때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런 게 (점거하고 스쾃하는) 완전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이 진행되면 여기 모여있는, 열 명 정도 되는 운영위가 무언가를 해서 청년관 얻어내고 제도 정상화도 할 수 있느냐? 아니잖아요. 말하자면 추종자가 필요한 거죠. 그러려면 그 티피컬한 활동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저 같은 경우 해본 적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 어떤 형태가 돼야 올바르고 효율적인 모습인지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운동을 하는 분들과 협업을 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그 과정에서 휩쓸려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방식의 문제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결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섬  저는 기존의 운동법을 답습하는 방법으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운동판에 있어보니까 운동하는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하고 싶어해요. 대중성을 위해 접근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건 대중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과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운동을 안 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물질적으로 청년관도 얻지만 상징적으로 청년세대라는 의미까지 보여 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존의 운동과는 같지 않아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찐사마  연대에 있어서 중요한 게, 본인에게 의의가 있고 유효하고 새로운 지점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처음이다’ 라고 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존에 있었던 운동에 대한 부정이 될 수 있고. 지금도 자기네가 처음인 척 한다고,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무시한다고 저희를  고깝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알아요. 그런데 그건 저희가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이런 운동을 했었고, 앞으로  하고자 할, 하고 계신 분들과 이야기 나눌 계획이 있고요. 예술을 패션으로 삼지 않는 운동을 하려면 어떤 예술적 지점들을 보여줄까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작가들의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콜렉티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운드 테이블에서 청년이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셨는데 결론은 났나요?

송윤지  그거는 합의를 해야 되는 게 아니라 합의가 이루어지겠죠. 그런 느낌인 것 같은데.

찐사마  저는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섬  (합의점이) 있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걸 먼저 정하고 시작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창원  저는 먼저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거 같아요.

정홍식  이런 게 제일 중요한 문제잖아요.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게 중요한 만큼 합의되기 어려운 것이잖아요. 근데 우리가 보여주는 공동체의 모습이 합의를 한 다음에 그것에 맞춰서 일을 하는 모습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기 보다는 좀 더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게 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넘어가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근데 물론 ‘얘네는 의견이 없어’ 이렇게 보이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의 콜렉티브 형태가 오늘부터 청년은 이거야! 할 수는 없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그냥 이렇게 굴러가는 거고, 청년은 이거고 청년관은 이래야 되고 해서 굴러가면 콜렉티브가 아니죠.

찐사마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 다른 기회에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회의에서 이야기 하시는 건가요?

이창원  이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네요. 어디까지 굴러갈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창원  멈출 걸 가정하시는 것 같은…

서섬  아 그러면 영원히 굴러가는 건가요?

찐사마  제가 말하는 건, 콜렉티브만 모아놨다고 뭐가 되지 않거든요.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굴리는 형태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순환하는 뱀 같은 형태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여성, 소수자 쿼터제 같은 예술계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도 차원에서 목표가 있나요?

정홍식  트위터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이나, 젊은 비평가 분들이 쓰는 글을 보면 우리가 여성, 성소수자 쿼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의견도 있어요. 여성, 성소수자 쿼터를 요구하는 것과 청년관 문제를 완전 별개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느끼는데, 제 생각에 여성, 성소수자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청년관이 생긴다면 그건 청년들의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에요. 미술계에서의 청년 문제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청년관과 함께 해결하는 것이지 청년관도 하고 이것도 하는 게 아니에요. 결국 목적지는 같은건데.

서섬  비슷한 얘기로 전시기획팀의 맥주님이 ‘청년이라는 것은 주류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름이다. 여성, 소수자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멋잇는 글을 쓰셨는데요. 청년관을 굳이 만드는 것은 청년이 불리하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치면 여성 성소수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저는 쿼터제를 하는 것이 여성예술가나 성소수자 예술가에 그렇게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예술은 인정을 받는 싸움인데 ‘너네는 봐주면서 시작했잖아.’ 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성 이슈에 관한 전시를 주기적으로 하거나, 기획이 계속 나오는 게 낫지 않은가 싶고요.

송윤지  액션의 측면에서는 실제 국립현대미술관 내부 구성원들과 접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이 전혀 없냐고 한다면 아니거든요. 공모전도 있고 레지던시도 있어요.  젊은 미술가 발굴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거든요. 시장이 워낙 어렵고, 화랑도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그게 미술관의 몫이에요. 그 외에 다른 분들께 가능한 제도 개선이 뭔지 자문을 구하고, 실제로 미술관과 접촉이 가능해진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겠죠.

 

비판의 목소리 중에는 제도 안에 들어가자는 거냐, 들어가서 뭘 하겠다는 거냐, 그런 의견도 있는 것 같아요.

송윤지  저는 제도에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도에 들어가자는 말이 맞아요. 근데 기존 제도에 순응하느냐 아니면 개선을 요구하며 들어가느냐는 다른거죠. 제도를 떠나서는 이야기 할 수 없어요.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소위 변방의, 변두리 이런데서 전시공간을 운영한다? 그게 전시 공간이 되는 순간 제도가 되는 거거든요. 근데 주류가 뭐냐고 물었을 때 국립현대미술관만 주류는 아니잖아요. 실제로 지금 트렌디한 게 주류일수도 있는거고, 전통의 강호가 주류일수도 있는거고. 그런 것에 관해 어떤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안 할 수 있고, 실현 가능성이 있으면 반영할 수 있고, 그런 건설적인 관계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청년관 사진 2

혹시 앞으로 정해진 계획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찐사마  일단 관장 선임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예정 중이고(*3월 25일 진행됨),  성명서를 한번 냈었는데 그것에 관해서 4월 1일 <미술관의 탄생>을 진행합니다. <미술관의 탄생>은 국립현대미술관의 2013년 개관전 이름이기도 하지요. 웹 상으로 젊은 작가, 콜렉티브 팀의 공모 제안서를 받아서 모았고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문 일대에서 4월 1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고요. ‘청년’과 ‘미술관’ 에 대한 작업을 전시 및 설치, 퍼포먼스가 있을 예정입니다. 포스터와 정보는 웹페이지에 공지하였으니 당일에 많이 보러 와 주세요.

정홍식  창원 씨가 도면 그리시면 직접 가서 사진을 찍고 미술관 공간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 할거고요.

찐사마  어쨌든 관장이 선임되고 그 이후에 요구할 수 있는 걸 준비해서 요구하고, 현대미술관 연간 계획을 염두에 두고 관장을 압박하거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활동들을 할 예정입니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어디로 연락을 드리면 되나요.

찐사마  일상을 지켜보고 싶다면 청년관 죽순이(@cheongnyeonLOVE)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 하면 되고, 제안할 것이 있다면 세이브더뮤지엄 공식 계정(@savethemuseum)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같이 작업할 사람 등을 구하고 싶으시면 웹 페이지(savethemuseum.net)에 가입해서 그룹을 만드시면 돼요. 콜렉티브 팀으로 활동하시다가 같이 분담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운영위에 제안하셔도 되고요. 어느 쪽이든 문의 주시면 연결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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